2008.04.05 토요일 - 비기너


이번달부터 모 방송사에서 '사법연수원' 소재 드라마 촬영을 한다고 한다.
다음주에 있을 체육대회에서도 방송사 카메라가 연수생들의 생생한 모습을 촬영할 것이란 말이 있어 사뭇 들떠있는 중이다.

사법연수원 소재 드라마라면, 요즘 내가 한창 재밌게 보고 있는 '비기너' 라는 일본 드라마가 먼저 떠오른다.
일본 사법연수원과 한국 사법연수원의 시스템을 비교하면서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비기너 5화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당신들 같은 재판관이나 검찰관은 본 적이 없습니다.
두사람 모두 변호사 이외의 길은 막혀 있는 것 아닙니까?

한국이나 일본이나 '법조 직역' 하면 '판검사' 를 가장 최고의 위치에 놓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변호사를 단지 최종적 종착지이거나, 판검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떠밀려 가야하는 곳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연수원 교수님들 역시 그런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변호사를 지망하고 있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부분의 드라마들에서 비춰지는 '변호사' 의 이미지는 대강 이런 것 같다.
돈만 밝힌다. 거짓말을 잘한다. 비열하다. 너무 냉혹하다. 피도 눈물도 없다. 등등..
변호사의 이미지를 이런 식으로 만들었던 것이 우리 법조 선배들이었다면 할말은 없다.
앞으로 내가 변호사가 되든 판검사가 되든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할 몫인 것만은 분명하니까.

분명히 나 역시도 냉혹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변호인의 입장에서 변론을 펼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변호사는 어디까지나 의뢰인의 변호인이고,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나는 정말 가슴이 따뜻한 변호사가 되고 싶다.
법적논리와 냉철한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더라도,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결코 잊지 않는,
그런 변호사가 되고 싶다.

항상 국민을 섬기며 낮은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진
그런 법조인이 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by Storm | 2008/04/06 02:21 | 연수원 일기 | 트랙백 | 덧글(3)

2008.03.19 수요일 - 검찰교수님 환송회


검찰 인사가 이제야 결정되어, 새학기가 시작하고 3주가 지나고 난 후에야 검찰 인사 발령이 났다고 한다.
우리반 담당교수님은 인천지검 쪽으로 가신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도 승진해서..

1시쯤에 연수원 중앙로비에서 환송회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교수님들께 박수를 보냈다.
39기뿐만 아니라 38기도 꽤 있었던 것 같다.

환송회를 보며 <뷰티풀 마인드> 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연로한 내쉬 교수가 교수식당에 들어서니 많은 동료 교수들이 자기들의 펜을 내쉬교수에게 선물해 주는 장면이 인상깊었는데,
연수원 교수님 환송회도 꼭 그런 느낌이었다.

저 로비에 모여있는 사람들 중 한두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사법시험' 이라는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동네에서나 학교에서나 지역사회에서 꽤나 자랑스러운 가족, 동료, 친구 들인 것이다.
한국 최고의 인재들(연수원에 들어와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나서 나는 그들을 감히 그렇게 부르고 싶다)이 일선 검찰청의
최고급 간부급인 부장, 차장검사님들을 박수로 환송하는 모습.
묘한 쾌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이런 느낌 받았던 내가 좀 이상한 건가?

by Storm | 2008/03/21 01:42 | 연수원 일기 | 트랙백 | 덧글(0)

2008.03.14 금요일 - 한비야 특강


오늘 연수원 대강당에서 한비야씨의 특강이 있었다.
요즘은 수업이 아닌 '특강' 시간이 잡혀 있으면 매우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대강당 수업인만큼 사람이 많기 때문에 졸더라도 그다지 티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복습에 대한 부담도 없으니 일석이조라고나 할까.

가벼운 마음으로 대강당 수업에 참석해서, 꽤 벅찬 감동을 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비야.. 이름은 들어봤지만 뭐하는 사람인지.. 어떤 자격으로 이곳에 오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
평범한 여성분이셨고, 본인 말로는 58년 개띠라고 하시는데, 약 50세 정도의 아주머니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긴급구호, 세상에 대한 사랑, 그녀의 신념을 들었을 때는 가슴이 벅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머리 속에 세계지도를, 가슴에는 열정을,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손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특히 구호활동중 케냐 의사와 만나 나눴던 대화에서 받았다는 '충격' 이 참 인상적이었다.
매우 유명한 케냐 의사가 소말리아 오지에서 구호활동을 너무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한비야가 물었다고 한다.
왜 이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하냐고. 케냐에서 일한다면 더 많은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지 않느냐고.
그러자 그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만드니까..'

내 가슴을 뛰게 만드니까..
가슴 뛸 정도로 정말 멋진 말이다.
한비야씨는 그 말에 꽂혀 목숨을 걸고 긴급구호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내 가슴이 뛰었던 것은 언제쯤이었을까.
너무 신나고 너무 행복하고 너무 기뻐, 그런 기분에 취해 벅찬 가슴을 느꼈던 적이 언제쯤이었을까.
어떤 일이 내 가슴을 뛰게 만들까.

by Storm | 2008/03/15 15:18 | 연수원 일기 | 트랙백(1) | 덧글(0)

2008.03.05 수요일 - 지도교수 면담


연수원 입소후 3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조원들의 얼굴에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고, 또 서로의 이름이 머리 속에 점점 굳어가고 있다.
연수원에 아는 사람이 없어 많이 걱정했었는데, 그래도 입소 후에 좋은 사람들과 빨리 친해져 다행이다.
특히 우리 조 분위기가 매우 좋은 것 같아 더 다행이다. (하지만 고작 이틀 밖에 안 된 거다 ;;;)

오늘 우리 조 지도교수님과 면담을 했다.
장래 희망 직역을 '변호사' 라고 써 놓은 것에 대해 질문하셨다.
변호사라고 쓴 특별한 이유가 있냐는 질문이었다.
사실 아주 깊게 생각하고 쓴 것은 아니라 대답을 대략 얼버무렸다.

아직까지는 법조인으로서의 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단계이고,
아직까지는 내게서 '확신에 찬 대답' 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법률시장이 예전보다 힘들다고, 법률시장 개방으로 변호사들의 입지가 위축되었다고 해서,
그런 이유로 판.검. 등의 안정된 직장(?) 을 찾아가는 것은 내 컨셉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관예우나 사회적 지위? 이런 것들 때문에 판검을 지원하는 것 역시 내 컨셉은 아니다.
무언가 확실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일본 드라마 '히어로' 가 됐든 뭐가 됐든 간에 판사나 검사를 지원할 만한 내적 동기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현재의 심정은 그렇다.)

컨셉이 밥 먹여 주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컨셉이 밥 먹여 준다. 그것도 평생 밥 먹여 준다.
난 그렇게 본다.

모르겠다. 한 2년 연수원에서 구르다 보면 생각이 또 어떻게 바뀔지는..
근데.. 이런 고민도 연수원 수료 성적이 잘 나왔을 때나 하는 것이지,
지금은 그냥 닥치고 공부나 열심히 해야 하는 단계인 것 맞다 -.-;;

by Storm | 2008/03/05 20:53 | 연수원 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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